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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동화지만 청불입니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 ©㈜미디어캔

    2025년 1월 8일 개봉한 한국 영화《동화지만 청불입니다》는 ‘동화 작가’라는 순수한 꿈을 가진 공무원 ‘단비’가, 전혀 뜻하지 않게 성인 웹소설 작가가 되면서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성장의 과정을 담은 코미디 드라마입니다. 코믹한 설정과 유쾌한 상황 속에서도, 현대 사회의 이중적인 시선과 개인의 내면적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웃음과 함께 깊은 울림을 선사합니다.

    1. 사건의 전개 – 작가의 꿈과 예기치 않은 선택

    주인공 단비는 어릴 적부터 그림책과 동화를 좋아하며 자라온 인물로, ‘어른이 되어서는 동화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냉혹한 현실은 단비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불법정보물 단속반 소속 공무원으로 이끌게 됩니다. 그의 업무는 성인 콘텐츠, 특히 음란물 유통이나 불법 웹소설을 단속하는 것입니다. 창의력보다는 규제와 제한이 중심이 되는 이 일은, 단비가 꿈꾸던 이상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일이었고, 그는 매일 반복되는 단속 속에서 내면의 무력감을 느끼고 있습니다.그러던 중, 어느 날의 단속 현장에서 단비는 뜻하지 않은 사고를 계기로 유명 성인 웹소설 기획사 대표인 ‘황대표’와 얽히게 됩니다. 황대표는 단비에게 무리한 조건을 내걸며 1년간 성인 웹소설을 연재하라는 계약을 강요하고,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이 조건을 수락한 단비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글을 써야 하는 입장이 됩니다. 동화를 쓰기 위해 수년을 준비했던 그는 생전 처음 다루는 성적 주제를 가지고 글을 써야 하는 당혹스러운 상황에 처합니다.글쓰기를 시작한 단비는 수차례의 실패를 경험합니다. 단어 선택, 표현 수위, 감정선 등 모든 것이 낯설고, 단속 공무원으로서 체득한 보수적인 사고방식이 그의 창작을 방해합니다. 하지만 주변 친구들의 조언, 선배 공무원 정석의 인간적인 격려, 그리고 작가로서의 갈증이 그를 다시 펜을 들게 합니다. 단비는 점차 ‘상상’을 통해 자신이 억눌러왔던 감정과 욕망을 마주하게 되고, 글을 쓰는 과정이 단순한 계약 이행이 아닌, 자아를 회복하는 여정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바로 이 독특한 출발점을 통해, 자아의 확장과 내면의 변화, 그리고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유쾌하고 진지하게 풀어내는 데에 집중합니다.

    2. 주제와 정체성 – 사회적 틀 안에서 나를 찾는 여정

    《동화지만 청불입니다》의 가장 큰 미덕은, 단순한 ‘야한 이야기’로 소비될 수 있는 설정을 통해 정체성과 사회의 충돌이라는 깊은 주제를 유쾌하게 건드린다는 점입니다. 주인공 단비는 이중적인 사회적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게 됩니다. 낮에는 음란물을 단속하는 공무원으로, 밤에는 성인 콘텐츠를 창작하는 작가로 살아가는 삶. 이 극단적인 이중성은 처음에는 단순한 코미디 소재로 보일 수 있지만, 점점 그가 겪는 내면의 분열과 혼란이 강조되면서 영화의 주제 의식은 보다 철학적으로 확장됩니다. 단비는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믿으며 살아왔습니다. 공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고, 사회가 정한 도덕적 기준에 부합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그러나 성적 표현이나 감정의 솔직한 드러냄조차 제약받는 현실 속에서, 그의 내면은 점점 말라가고 있었습니다. 성인 콘텐츠를 쓴다는 행위는 그에게 있어 단순한 직업 활동이 아니라, 그동안 회피해온 감정과 욕망, 상상력과 자유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됩니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주인공이 느끼는 부끄러움, 두려움, 해방감을 조심스럽게 따라가며 관객들에게 ‘정체성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게 만듭니다.

    더 나아가, 이 영화는 ‘성’이라는 주제를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습니다. 대신 창작의 소재로서, 감정과 상상의 언어로서 성을 다루며, 오히려 관객이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시간을 마련해 줍니다. 특히 주인공이 점차 ‘나는 내가 생각했던 사람보다 더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가는 과정은, 성장과 자기 수용의 핵심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정체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흔들리고, 변화하며,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웃음 속에서 진지하게 보여줍니다.

    3. 창작자의 현실: 이 영화는 콘텐츠 창작자나 예술 분야를 꿈꾸는 이들에게...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는 그 독특한 설정만으로도 관객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영화가 진정 추천받을 이유는 그 안에 담긴 진심과 공감의 힘에 있습니다. 먼저, 이 영화는 콘텐츠 창작자나 예술 분야를 꿈꾸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습니다. 단비가 경험하는 글쓰기의 고통, 소재에 대한 낯섦, 상업성과 자율성 사이에서의 줄다리기는 수많은 작가와 예술가들이 겪는 현실 그 자체입니다. 창작은 늘 자기 검열과 마주하고, 사회적 시선과 싸워야 하며, 때론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영화는 그 과정을 솔직하게 담아냄으로써 많은 창작자들의 공감을 자아냅니다.또한 2030 세대, 특히 사회에 첫발을 디딘 청년들에게 이 영화는 나름의 위로와 용기를 줍니다.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음에도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일까’라는 고민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질문일 것입니다. 단비의 모습은 바로 그런 고민을 현실에서 마주하는 젊은 세대의 초상이며, 그의 변화는 ‘용기 있는 선택’을 통해 삶을 스스로 이끌어 나가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여성 관객을 위한 메시지도 강렬합니다. 이 영화는 여성 캐릭터를 대상화하거나 희화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성적 주제를 다룸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자율성과 자기표현의 중요성을 부각시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내는 여성 작가의 탄생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상징적 성장입니다. 마지막으로, 성인용 코미디지만 자극적이지 않다는 점도 이 영화를 추천할 수 있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자극적인 장면 없이도 웃음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각본,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 그리고 무엇보다 현실을 담담하게 비추는 카메라는, 관객들에게 묵직한 감정의 여운을 남깁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웃고 끝나는 코미디가 아니라, 생각을 남기고 여운을 주는 작품입니다.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는 단순한 오락영화도, 무겁기만 한 문제작도 아닙니다. 이 영화는 ‘사회가 요구하는 나’와 ‘진짜 내가 되고 싶은 나’ 사이에서 고민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보내는 진심 어린 메시지입니다.

    웃음은 순간이지만, 성장과 자아에 대한 통찰은 오래 남습니다. 이 작품은 성인을 위한, 웃음 뒤에 남는 따뜻한 성찰의 영화입니다. 지금 ‘이래도 괜찮을까?’라고 고민하고 있다면, 이 영화는 조용히 속삭일 것입니다. “네가 누구든, 그 모습 그대로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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