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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마녀 포스터 사진
    출처:네이버 영화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2018년 개봉한 영화 《마녀》는 박훈정 감독 특유의 장르적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기존의 한국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SF와 액션, 미스터리 요소를 결합하여 독특한 세계관을 창조했고, 자윤이라는 강렬한 여성 캐릭터를 통해 액션영화의 틀을 새롭게 구성했다. 특히 영화가 가진 세계관의 확장성, 밀도 높은 액션 연출, 그리고 복잡하면서도 매력적인 인물 설정은 이 작품을 단순한 흥행작이 아닌 분석할 가치가 충분한 텍스트로 만들어준다. 본 리뷰에서는 《마녀》의 독창적인 세계관, 박진감 넘치는 액션 연출, 그리고 입체적인 인물 구성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작품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본다.

    1. 세계관 속 마녀 – 초능력과 윤리의 경계에서

    《마녀》는 기존의 한국 상업영화에서 보기 드문 ‘초능력 유전자 실험’을 세계관의 중심으로 두고 있다. 영화의 시작은 주인공 자윤이 실험실에서 탈출하는 장면으로 열린다. 이 도입부는 SF 장르의 전형적인 구조를 따르면서도, 그 안에 인간 실험이라는 윤리적 문제를 집어넣으며 관객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영화가 전개되는 내내 자윤은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살아가지만, 점차 그녀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세계관의 전모가 드러난다. 박훈정 감독은 《마녀》를 통해 단순히 초능력자가 등장하는 판타지가 아닌,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괴물이라는 설정을 통해 과학과 윤리의 경계를 탐색한다. 이 설정은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어둡고 서늘하게 만들며, 자윤의 성장 이야기를 더욱 비극적으로 만든다. 흥미로운 점은 이 세계관이 《마녀 Part 2》로 확장되며 더 큰 음모와 조직, 그리고 유사한 능력을 가진 존재들까지 다뤄진다는 것이다. 즉, 《마녀》는 단일한 영화가 아니라, 하나의 ‘유니버스’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명확한 영화다. 세계관 속에 숨겨진 상징들, 정체불명의 조직,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라는 설정은 마치 미드의 시즌1처럼 느껴진다. 이 같은 복합적 세계관은 관객에게 단순한 액션을 넘어 장기적 호기심을 자극하며, 후속작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는 한국 장르영화에선 드문 접근으로, 《마녀》의 가장 큰 차별점이기도 하다.

    2. 박진감 넘치는 액션 – 절제와 폭발의 미학

    《마녀》에서 액션은 단순한 시각적 쾌감에 머물지 않는다. 박훈정 감독 특유의 절제된 연출과 캐릭터 감정을 기반으로 한 액션이 만나면서, 각 장면에 긴장과 몰입감을 불어넣는다. 특히 자윤이 능력을 되찾고 본격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들은 마치 잘 짜인 무용수의 공연처럼 리드미컬하면서도 강렬하다. 카메라 워크 역시 매우 세련되어 있다. 장면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액션의 강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구도가 주를 이룬다. 핸드헬드 기법과 롱테이크를 적절히 섞어 사용하며 관객이 현장 속에 있는 듯한 생생함을 느끼게 만든다. 이는 최근 액션영화들이 자주 빠지는 과한 컷 분할과는 다른 길을 걷는 것으로, 박훈정 감독의 영화 미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또한 자윤의 초능력은 단순한 폭력 도구가 아닌 ‘내면의 각성’과 연결되어 있다. 그녀가 점점 본래 능력을 회복하면서 보여주는 액션 장면들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시각화한 것이다. 이처럼 《마녀》의 액션은 단순히 보는 재미를 넘어 서사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결정적으로, 박훈정 감독은 폭력의 미화가 아닌, 그것이 만들어내는 공포와 숙명적 비극성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둔다. 그래서 《마녀》의 액션은 관객에게 쾌감과 동시에 죄책감을 남긴다. 이는 기존의 영웅 중심 액션물과는 완전히 다른 감정선으로, 《마녀》가 단순한 오락영화가 아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요소다.

    3. 입체적인 인물 – 자윤의 이중성

    《마녀》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인물 설정이다. 원래 자윤이라는 캐릭터는 단순히 초능력을 지닌 주인공이 아니다. 그녀는 기억을 잃은 상태에서 평범한 삶을 살아가며, 인간적 감정을 갖고 있는 인물로 시작한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그녀의 과거와 진짜 성격이 드러나면서, 관객은 혼란과 공감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김다미 배우의 놀라운 연기는 자윤의 이중성을 완벽히 표현해 낸다. 특히 후반부에서 감정을 억누르며 싸우는 장면, 냉정한 눈빛과 말투는 이전까지 보였던 순수한 이미지와 극명하게 대비되어 충격을 준다. 이러한 반전은 단순한 ‘트위스트’가 아니라, 인물의 복잡한 심리를 반영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주변 인물들도 평면적이지 않다. 우진 역의 최우식, 백총괄 역의 조민수, 닥터 백 역의 박희순 등 각 캐릭터는 단순히 선과 악의 구도를 넘어선 ‘이해 가능한 목적’을 가진 인물들로 그려진다. 이러한 구도 속에서 자윤의 선택과 행동은 더 무게감 있게 다가오며, 관객의 감정 이입을 유도한다. 자윤은 결국 자신의 본질을 받아들이고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선택을 한다. 이는 단순한 복수극이나 히어로 서사가 아니라, 자아와 생존을 둘러싼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그래서 《마녀》는 ‘성장 영화’로도 해석될 수 있으며, 인물에 대한 정교한 묘사가 작품의 깊이를 더한다.

     

    《마녀》는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니다. SF와 미스터리를 결합한 독창적인 세계관, 박훈정 감독 특유의 연출이 돋보이는 액션, 그리고 김다미 배우가 연기한 자윤 캐릭터의 입체적인 심리를 통해, 이 영화는 한국 장르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특히 속편을 통해 확장되는 세계관과 인물 간의 긴장감은 관객으로 하여금 계속해서 이 유니버스를 탐색하게 만든다. 마녀는 하나의 완결된 작품이자, 동시에 확장 가능한 이야기의 시작점이다. 장르영화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눈여겨볼 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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