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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Wonder, 2017)는 R.J. 팔라시오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가족 성장 영화입니다. 국내에서는 2017년 12월 27일 개봉 이후 많은 관객들에게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었고, 2025년 현재, 재개봉을 통해 다시 한 번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영화는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외모의 소년 ‘어기 풀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궁극적으로는 ‘차이’와 ‘이해’, ‘친절’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중심에 둡니다. 등장인물 각자의 시선을 따라가며, 관객은 단 한 명의 아이뿐 아니라 가족, 친구, 사회 전체가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하는지 목격하게 됩니다. 지금 이 시대에 더욱 절실해진 “Be kind(친절하세요)”라는 메시지. 《원더》는 그것을 가장 인간적인 방식으로, 가장 감성적으로 전달합니다.
줄거리: “누구나 특별하다, 단지 그걸 알아봐 줄 사람이 필요할 뿐”
어기 풀먼은 선천성 안면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소년입니다. 수십 번의 수술을 받아야 했고, 그는 집에서만 교육을 받으며 자라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기는 부모의 결정으로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됩니다. 헬멧을 쓰고 다니며 스스로를 숨기던 그는, 세상의 시선 앞에 자신을 드러내야만 하는 시기를 맞이한 것입니다.처음 학교에서의 생활은 어기에게 ‘고통’ 그 자체입니다. 아이들의 시선은 무례하고, 경계심에 가득 찼습니다. “괴물”, “우주인” 같은 별명이 붙고, 일부 아이들은 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합니다. 하지만 어기는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는 특유의 유머감각과 내면의 따뜻함으로 점점 친구들에게 다가갑니다. 그 과정에서 진심 어린 우정을 나누는 ‘잭 윌’, 무관심한 듯하지만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누나 ‘비아’, 친구와 멀어졌다가 다시 다가오는 여학생 ‘서머’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며 이야기는 점점 넓고 깊어집니다.이 영화의 특별한 구성은 복수의 시점을 번갈아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어기의 시점뿐 아니라, 비아의 시선, 잭의 시선, 친구들의 시선 등을 따라가며, 관객은 같은 사건이 누군가에게는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 그리고 모두가 말 못할 사연을 안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중반 이후, 어기의 따돌림은 점차 사라지고,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집니다. 하지만 영화는 ‘모두가 착해진다’는 단순한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어기는 그 과정에서 배신을 경험하고, 상처를 입고, 다시 일어섭니다. 그리고 결국 졸업식장에서 ‘상’을 받는 장면은 단순한 감동을 넘어서, 인간의 존엄과 공동체의 성장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그것은 ‘다름’을 넘어 ‘존재의 가치’를 인정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원더 감정선 분석: 어기의 변화, 가족의 사랑, 그리고 모든 인물의 내면
어기 풀먼이라는 캐릭터는 단순히 불쌍하거나 특별한 존재로 그려지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의 외모가 낯설다는 것을 인정하며, 사람들의 반응을 의식하지만, 그 시선에 자신을 규정하지 않습니다. 대신 어기는 “나는 그냥 평범한 아이야”라고 말합니다. 그 말은 단순하지만, 어기의 존재를 가장 잘 드러내는 문장입니다. 그는 공부도 잘하고, 스타워즈를 좋아하며, 유머 감각도 있습니다. 단지 외모 하나 때문에 그 모든 것을 보지 못하는 ‘사회’가 문제인 것이죠. 어기의 누나 ‘비아’는 가장 복합적인 감정을 지닌 인물입니다. 그녀는 사랑받는 동생을 질투하지만, 동시에 진심으로 아끼고 있습니다. 그녀 역시 자신의 외모나 존재감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고, 가족 안에서 느끼는 소외감과 외로움을 감당해내야 합니다. 영화는 이러한 감정을 억지로 해소하지 않고, 비아의 연극 장면을 통해 서서히 감정을 해방시킵니다. 이 또한 매우 섬세한 연출입니다. 어기의 부모는 단순히 ‘희생적인 부모’가 아닙니다. 줄리아 로버츠는 현실적인 엄마로서, 오웬 윌슨은 따뜻하지만 때때로 무기력한 아빠로서 등장하며, 부모도 불완전한 인간임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아이를 지키는 동시에, 그 아이가 ‘세상 속에서 홀로 설 수 있도록’ 준비시킵니다. 특히 어기의 엄마가 “넌 평범한 아이가 아니야. 넌 기적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서, 존재 그 자체를 인정하는 선언으로 다가옵니다.
정체성과 메시지 – 차이를 바라보는 시선, 친절이라는 용기의 본질
《원더》는 단순한 성장영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너무 쉽게 타인을 판단하고, 외면하고, 잊곤 합니다. 이 영화는 그런 우리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가보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동정이 아니라 이해의 문제이며, 가르침이 아니라 연결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 연결의 중심에는 한 가지 가치가 있습니다. 바로 “친절(Kindness)”입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다릅니다. 어기처럼 외모로 인해 시선을 받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누군가의 동생으로 묻혀 사는 비아 같은 아이도 있습니다. 학교에서 인기를 원해 친구를 배신하는 잭 윌이 있는가 하면, 단단한 가치관으로 묵묵히 옆에 서주는 서머도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상처받고, 실수하고, 때로는 누구보다 용감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그들의 선택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완벽한 아이를 찬양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완전한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가는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2020년대의 시대적 정서와 맞물려, 《원더》의 메시지는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외모, 인종, 장애, 성별, 언어, 문화 등 다양한 ‘차이’는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오해와 갈등의 씨앗이 됩니다. 누군가는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누군가는 외출을 두려워하며, 또 누군가는 온라인 댓글 하나에 무너집니다. 그런 시대에, 《원더》는 친절을 선택하는 일이 얼마나 용기 있는 일인지 조용히 들려줍니다. 또한 이 영화는 아이를 위한 영화인 동시에 어른을 위한 영화입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에게 “착하게 살아라”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작 어른인 우리는 얼마나 착하고 친절한가요? 이 영화는 어기의 부모를 통해 부모 역시 계속 배우고 성장해야 하는 존재임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아이를 보호할 수는 없지만, 세상 속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어기의 엄마의 말은, 자식을 키우는 모든 부모에게 무겁고도 현실적인 메시지입니다. 시각적 연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영화 속에서 어기는 종종 상상의 세계에 빠져들곤 합니다. 스타워즈 캐릭터가 등장하고, 학교를 우주선처럼 표현하는 장면은, 어기의 두려움과 상상력을 동시에 표현하는 훌륭한 장치입니다. 이러한 상상과 현실의 조화는 영화적 몰입을 도우면서도, 관객에게 감정적 거리감을 줄이지 않습니다. 어기의 두려움은 곧 관객 자신의 과거와 맞닿아 있으며, 누구나 한 번쯤 ‘내가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이유로 외면받았던 기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감싸는 것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졸업식장에서 상을 받는 어기를 보며 모두가 박수치는 그 순간, 관객은 단순한 해피엔딩 이상의 것을 느낍니다. 그것은 ‘승리’가 아니라 ‘존중’입니다. 어기의 존재가 인정받고, 함께 성장한 친구들이 그를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장면은,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진짜 공동체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줍니다.
《원더》는 단순히 감동을 주는 영화가 아니라, 사람을 바꾸는 영화입니다. 관객은 어기의 이야기를 보며 타인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도 점검하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는 조용히 말합니다. “친절하세요. 누구나 각자의 싸움을 하고 있으니까요.” 이 말은 영화의 본질이자,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태도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어기’들이 존재합니다. 겉모습이 다르다는 이유로, 조금 느리다는 이유로, 말이 없다는 이유로 소외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원더》는 그들에게 우리가 무엇을 줄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친절. 그 한 가지면 충분합니다. 그 친절이 누군가에겐 ‘기적’이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