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2025년 3월 19일 재개봉한 액션 영화 《존 윅 (John Wick)》은 2015년 국내 개봉 당시 13만 관객을 기록하며 탄탄한 팬층을 형성한 작품입니다. 무표정의 킬러가 펼치는 스타일리시 액션, 간결한 서사 속 짙은 감정선, 미국 누아르 액션 장르의 부활을 알린 이 작품은 2020년대 액션 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시리즈의 시작점으로,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전설의 복귀입니다.
1. 스토리 해설 – 단순하지만 치밀한, 죽음보다 슬픈 복수의 서막
존 윅(키아누 리브스)은 퇴역한 전직 킬러입니다. 아내와 조용한 삶을 꿈꾸며 범죄 세계를 떠났지만, 사랑하던 아내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그의 삶은 무너집니다. 그녀가 남긴 마지막 선물은 한 마리의 강아지 ‘데이지’. 존은 그 강아지를 통해 삶을 유지하려 애쓰지만, 우연히 주유소에서 만난 러시아 마피아 조직의 철없는 아들 ‘요세프’가 그의 차를 노리고 자택에 침입해 강아지를 죽이고 차를 훔쳐 갑니다.이 짧고도 충격적인 사건이 이 영화의 모든 것을 이끕니다. 강아지 한 마리의 죽음,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복수가 아니라, 존의 인생 전체를 무너뜨린 감정적 폭발의 기폭제입니다. 관객은 “겨우 개 때문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상 그 강아지는 아내와 존을 이어주는 유일한 연결고리였던 것입니다. 이 절제된 감정선이 관객에게 강하게 전달되며, 존의 복수는 단순한 액션이 아닌 감정의 분출로 진화합니다.그가 다시 총을 꺼내드는 순간, 조직 전체가 긴장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는 과거 모든 조직이 공포에 떨었던 전설적인 킬러 ‘바바 야가(Boogeyman)’였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존이 누구인가’에 대한 설명을 대사 몇 마디로 충분히 끝냅니다. “그는 바바 야가를 죽이던 남자야.” 이 한 줄로 설명되는 무시무시한 존재. 이제 그가 단 하나의 목표, 요세프를 향해 칼날처럼 움직이기 시작합니다.이 단순한 줄거리 안에서 영화는 복수의 본질과 인간의 고독, 그리고 ‘정의의 폭력’이 지닌 양가적 가치를 세련되게 풀어냅니다. 존이 선택한 폭력은 개인의 감정을 위한 것이며, 그 안에는 인간성 회복과 잃어버린 삶의 복원이 담겨 있습니다. 단순히 ‘죽이는 이야기’가 아니라, 죽음을 뛰어넘어 존재를 증명하는 이야기입니다.
2. 액션 해석 – 총격, 유도, 공간까지 계산된 ‘건 카타’ 예술
《존 윅》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결정적 이유는 ‘액션’ 그 자체에 있습니다. 단순한 폭력의 나열이 아니라, 마치 무용과도 같은 동선, 공간과 무기의 활용, 동작과 감정의 유기적인 결합이 이 영화의 시그니처입니다.대표적인 스타일이 바로 ‘건 카타(Gun Kata)’입니다. 이는 총기술과 근접 무술을 결합한 액션 스타일로, 총을 발사하며 동시에 몸을 움직여 적의 공격을 피하거나 유도 기술로 상대를 제압한 후 최종 사살을 하는 복합 액션입니다. 기존의 할리우드 액션이 총격전을 따로, 격투를 따로 보여줬다면, 《존 윅》은 이를 완벽히 통합시켜 새로운 액션 문법을 제시했습니다.또한 영화는 리얼리즘을 기반으로 합니다. 존은 무적이 아닙니다. 그는 실제 총알을 맞고 다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움직입니다. 타격감을 강조하는 롱테이크 촬영 방식, 빠르게 전환되지 않는 카메라 워크는 관객에게 “존과 함께 싸우고 있다”는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액션이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는 것’이 되는 이유입니다.액션의 무게는 공간에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호텔 콘티넨탈, 나이트클럽, 지하 창고 등 각각의 공간은 액션 연출과 인물의 심리를 동시에 반영합니다. 예를 들어 클럽 시퀀스는 음악과 조명이 섞이면서 혼돈과 피를 동시에 표현하고, 호텔은 ‘킬러의 중립지대’라는 흥미로운 룰이 도입되어 서사를 더욱 풍부하게 만듭니다.결국 《존 윅》의 액션은 폭력 자체를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 예술성과 감정의 깊이를 담아냅니다. ‘왜 싸우는가’와 ‘어떻게 싸우는가’를 동시에 보여주는 액션 영화의 교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3. 영화 이상의 경험 – 《존 윅》이 남기는 네 가지 이유
《존 윅》은 단순히 액션 장르의 팬들만을 위한 영화가 아닙니다. 오히려 감정선, 캐릭터 중심 서사를 중시하는 관객들에게도 강력히 추천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첫째, 이 영화는 ‘감정이 있는 액션’입니다.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한 남자의 고통과 분노, 그리고 상실을 액션이라는 장르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강아지를 죽인다는 자극적인 장면이지만, 그 안에는 아내와의 마지막 연결고리를 잃어버린 인간의 절망이 담겨 있습니다. 이 감정이 있기에 존의 모든 행동은 이해되고, 공감되며, 심지어 지지받습니다.
둘째, 미장센과 세계관이 뛰어납니다. 존 윅 세계관은 단순히 ‘복수하는 남자’로 끝나지 않습니다. 킬러 전용 호텔, 금화로 통용되는 지하 사회의 경제 시스템, 중립 지대와 청부 룰 등 설정 하나하나가 탄탄하고 흥미로우며, 이후 시리즈로 확장될 충분한 기반을 마련합니다. 이 하나의 영화만으로도 풍성한 설정을 구축했기에, 이후 《존 윅 2, 3, 4》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셋째, 키아누 리브스의 존재감입니다. ‘말없이 강한 남자’라는 캐릭터 유형을 이토록 절제되고 품격 있게 표현한 배우는 흔치 않습니다. 《매트릭스》 이후 다소 침체됐던 그의 배우 인생을 완전히 되살린 작품이기도 하며, 키아누 리브스 본인의 삶과도 어우러져 더욱 깊은 울림을 줍니다.
넷째, 러닝타임 101분이라는 점도 장점입니다. 군더더기 없이 전개되는 스토리, 불필요한 플래시백이나 설명 없이 바로 사건 중심으로 들어가는 구성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액션은 전면에, 감정은 후면에 배치되지만, 이 두 축이 균형을 이루며 관객을 끝까지 몰입하게 만듭니다.
《존 윅》은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한 남자의 감정이 폭력으로 분출되는 과정이며, 슬픔이 복수로, 복수가 전설로 진화하는 이야기입니다. 절제된 대사, 예술로 승화된 액션, 깊은 감정선이 조화를 이루며 ‘액션 영화의 새로운 교과서’로 평가받는 이 작품은, 시간이 지나도 다시 봐야 할 이유가 분명합니다.
이번 재개봉은 그 전설의 첫 페이지를 다시 확인할 기회입니다. 아직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지금이 첫 만남이고, 이미 본 사람에게는 ‘이래서 존 윅이 존 윅이구나’를 다시 체감하게 해줄 완벽한 복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