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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15일 개봉한 한국 영화 《폭락》은 창업 보조금, 암호화폐, 청년 지원 제도를 악용한 두 청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범죄 드라마입니다. 송재림과 안우연이 주연을 맡아, ‘법을 어기지 않고 제도를 훔치는 법’을 익힌 두 주인공이 어디까지 추락하는지를 그리며 한국 사회의 맹점과 광기를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비틀어 보여줍니다.
1. 전개 요약 – 위장전입부터 코인 사기까지, 눈먼 돈을 향한 욕망의 추락
주인공 도현은 평범한 청년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어머니 옥자의 교육열에 시달리며 서울 강남 대치동으로 위장전입까지 감행합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성실히 살아가던 도현은 어느 날, 벤츠를 몰고 다니면서도 장애인 혜택을 누리는 동급생에게 교환학생 자리를 빼앗기고, 그가 실질적인 장애인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그 순간부터 도현은 결심합니다. “정직하게만 살아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대학교 진학 후 도현은 창업동아리에서 만난 동기 ‘지우’와 손을 잡고 국가의 각종 창업·복지 지원 제도를 정밀 분석합니다. 여성, 장애인, 청년, 저소득층 등 가산점을 악용해 사업계획서를 허위 작성하고, ‘눈먼 돈’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세웁니다. 단기 폐업 후 다른 법인을 만들어 또 다른 보조금을 받는 수법으로 10회 이상의 창업 지원금을 타내며 금전적 자유를 누리기 시작합니다. 주변 사람들은 그들을 천재라 불렀지만, 이 모든 것은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조작의 산물이었습니다. 이들의 야망은 멈추지 않습니다. 암호화폐 열풍을 포착한 도현은 ‘엄마의 헌신’을 키워드로 한 가상자산 ‘MOMMY 코인’을 기획합니다. 투자 심리를 자극할 수 있도록 ‘출산률 연동 모델’, ‘청년 주거 혜택 토큰’ 같은 허위 기능을 마케팅에 녹이며, 투자자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얻습니다. 이 코인은 언론 보도와 커뮤니티를 통해 ‘착한 코인’으로 포장되며 실제 상장까지 이어지고, 도현은 인생 최대의 성공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나 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투자를 계속 유치하면서도 수익률과 환급 정책을 명확히 설명하지 않은 MOMMY 코인은 점차 당국의 관심을 받기 시작합니다. 알고리즘의 불투명성, 이자 지급 시스템의 위법성, 조작된 사용자 후기 등 수많은 문제가 드러나며, 금융위원회와 검찰이 도현을 추적하게 됩니다. 영화는 이 지점부터 단순한 희극이 아닌, 추락과 대면의 과정을 긴장감 있게 펼쳐 보입니다.
2. 주제 분석 – 폭락, 악인은 누구인가: 제도인가, 개인인가
《폭락》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단순한 “불법 창업 사기극”이 아닙니다. 영화는 우리 사회가 가진 구조적 허점, 그 허점을 묵인하는 태도, 그리고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성공하려는 개인의 욕망을 집요하게 포착합니다. 도현은 사기꾼일까요? 아니면 제도를 정밀하게 분석해 활용한 ‘합법적 승자’일까요? 실제로 도현은 단 한 번도 법을 명확히 어긴 적이 없습니다. 그가 쓴 사업계획서는 형식적으로 적법했고, 제출한 서류들은 모두 제도의 맹점을 교묘히 파고든 것이었습니다. 영화는 이 점에서 ‘불법’과 ‘편법’, ‘정의’와 ‘합법’의 경계를 무너뜨립니다. 관객은 그를 비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가 한 일이 한국 사회에서 가능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습니다. 더 나아가, 영화는 '엄마'라는 상징을 통해 한국식 성공 공식의 이면을 드러냅니다. ‘엄마’의 집착, ‘엄마’의 헌신, ‘엄마’가 믿는 교육·부동산 중심의 욕망. 도현은 이 모든 것을 ‘MOMMY 코인’에 투영함으로써 대중의 환상을 이용합니다. 이는 단지 한 남자의 범죄가 아닌, 우리 모두가 무심코 받아들였던 사회적 신념들이 만들어낸 환상입니다. 《폭락》은 이런 메시지를 유머와 풍자를 섞어 전달합니다. 웃음을 유도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으며, 오히려 풍자 속의 진실이 더욱 강력하게 다가옵니다. 이 영화는 보는 내내 불편함과 웃음을 오가며, 결국은 “당신이라면 다르게 살았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마무리됩니다.
3. 추천 포인트 –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역대급 블랙코미디
《폭락》은 단순한 범죄극을 넘어,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찌르는 블랙코미디로서 완성도 높은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이유로 강력히 추천할 수 있습니다. 첫째, 영화는 대한민국의 각종 제도와 행정 시스템의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창업 지원금, 청년 보조금, 장애·여성 가산점 제도 등을 악용하는 방식은 단순히 영화적 상상이 아니라, 현실에서 종종 보도되는 사회적 이슈를 극적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이로 인해 관객은 단순한 허구가 아닌, 현실과 맞닿은 긴장감을 느끼며 극에 몰입하게 됩니다. 둘째, 캐릭터 설정과 연기, 전개 방식이 모두 뛰어납니다. 주연을 맡은 송재림은 도현이라는 캐릭터의 냉철함과 불안정을 절묘하게 오가며, 비열하지만 연민을 자아내는 존재로 완성합니다. 안우연 또한 이상주의자에서 점차 현실 타협주의자로 변모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두 사람의 호흡은 블랙코미디 특유의 긴장과 유머를 동시에 살려냅니다. 셋째, 이 영화는 ‘웃음’이라는 포장을 통해 무거운 사회문제를 풀어내는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폭락하는 코인, 허위 창업, 조작된 미디어 전략 등은 실제로 우리가 익숙히 접하는 키워드들입니다. 그 안에 숨은 탐욕, 무지, 무책임을 꼬집으면서도 영화는 ‘너무 진지하지 않게’ 말합니다. 그래서 관객은 불편한 진실을 웃으며 받아들이고, 상영이 끝난 후에는 묵직한 질문을 떠올리게 됩니다. 넷째, 세대와 계층을 넘나드는 보편적인 메시지가 존재합니다. 영화는 단순히 청년 문제나 제도적 악용만을 다루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부모 세대의 교육 신화, 투자에 몰입한 중산층, 대중을 이용한 정보 조작, 국가 제도의 구조적 맹점 등 다양한 계층의 욕망이 얽혀 있습니다. 그로 인해 이 영화는 특정 세대만의 이야기가 아닌, 대한민국 전체를 관통하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데 성공합니다. 다섯째, 영화가 던지는 궁극적인 질문이 단순하지 않습니다. “이건 누구의 잘못인가?”라는 질문은 도현이라는 인물 개인에게만 머물지 않고, 제도를 만든 정부, 이를 감시하지 못한 사회, 소비한 대중까지 확장됩니다. 관객은 영화를 보는 내내 누군가를 비난하다가, 결국 자기 자신에게도 이 질문이 향하게 되는 구조 속에 놓입니다. 그것이야말로 《폭락》이 단순한 사기극을 넘어 블랙코미디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결정적 이유입니다. 결국 《폭락》은 단순한 재미나 흥미만을 위한 영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웃긴데 아프고', '현실인데 비현실적인' 한국 사회를 절묘하게 보여주는 블랙코미디입니다.
《폭락》은 창업, 보조금, 가상자산 등 한국 사회의 민감한 키워드를 정면으로 다루며, 유쾌한 웃음 속에서도 날카로운 통찰을 놓치지 않는 영화입니다. 눈먼 돈을 쫓다 결국 자신을 잃어가는 두 청년의 이야기 속에서, 관객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나라도 저랬을까?”라는 질문을 남기며, 영화는 관객을 불편하게, 그러나 정직하게 마주하게 만듭니다.